
“살아있는 꽃게로 담백하게 담가 … 구본무 LG 회장 단골집”
유지상의 맛집
이코노미스트
| 994호 (2009.07.07) [78] |
계절이 바뀌는 간절기면 입맛을 잃어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이럴 때 찾게 되는 게 ‘밥도둑’. 그중 으뜸은 단연 간장게장이다. 게딱지를 ‘쫘~악’ 벌리면 드러나는 노란색 게장.
생각만 해도 벌써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꿀꺽”소리가 들리는 메뉴다. 요즘은 냉동시설이 발달해 일년 내내 먹을 수 있지만 간장게장도 철이 있다. 6월 말에서 7월 초, 바로 이맘때다.
노란색 게장이라고 하면 알배기 암꽃게가 재료란 뜻. 산란을 앞둔 알배기는 5월 초순부터 슬슬 서해안에 나타나기 시작해 6월 말이면 피크를 이룬다. 그렇다고 7월에 들어서면 알배기 꽃게가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니다.
7월 1일부터 어종보호를 위해 꽃게잡이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알배기 꽃게는 6월 말이 최상품이 된다. 다음은 살아있는 활꽃게로 담갔다는 점. 같은 집 간장게장도 이맘때 가장 맛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집이든 활꽃게가 없는 철엔 냉동꽃게로 게장을 담가낸다. 살아있는 암게가 한창인 5~6월에나 활꽃게로 담근 게장을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냉동꽃게로 담글 경우엔 양념간장이 서서히 살로 배어들지만, 살아있는 것으로 쓸 경우엔 꽃게의 입을 통해 빠르게 장맛이 살로 퍼져 더 맛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최상품 활암게가 잡히는 6월 말에 담근 게장이 ‘최고의 맛’일 수밖에 없는 건 자명한 일. 그런데 꽃게를 잡을 수도 없는 7월 초까지 맛있는 시기가 이어지는 이유는?
숙성기간 때문이다. 간장게장은 담가서 바로 먹는 게 아니라 3~5일 지난 뒤 식탁에 올린다. 오랜만에 훌륭한 간장게장 음식점을 만났다. 한 마리에 5만원을 육박할 정도로 값이 뛰어버려 특별한 날에도 망설이는 메뉴가 돼버린 차에 반값인 2만5000원짜리를 만난 것. 값만 싼 게 아니다.
짜고 비린 맛이 없는 ‘내공을 갖춘 맛’이다. 다른 밑반찬도 정성이 가득하다. 단골손님으로 내세우는 인물이 구본무 LG 회장일 정도다. 서울 마포경찰서 건너편에 있는 진미식당. 명함에 상호보다 더 큰 활자로 ‘서산꽃게전문점’이라고 적혀 있다. 주인 모녀의 고향이 충남 서산이란다.
그곳에서 6월과 11월 두 차례로 나눠 일년 치 물량을 구입해 쓴단다. 노란 알이 꽉 찬 게장. 먼저 알만 젓가락으로 살살 들어내 입에 넣는다. 쌉쌀한 맛이 혀 위로 고소하게 녹아내린다. 이 맛만으로도 한 마리는 충분히 즐긴 셈. 이어 통통한 살에 입을 대고 가볍게 빨아본다.
‘쪼오~옥’ 소리와 달달한 살점이 입 안 가득 빨려 들어온다. 그 맛이 아까워 얼른 더운 밥을 한술 떠 넣는다. 뒤이어 손가락을 쪽쪽 빨다보면 어느 새 밥그릇의 바닥이 보인다. 공간은 좁은데 손님은 넘쳐 자리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토요일 오후에도 가족단위 손님이 이어진다. 미리미리 예약해야 마음을 다치지 않는다.
# by | 2009/07/04 08:33 | Wellness(맛)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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