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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풍채에 기름진 속살 여름 민어가 진짜 보신탕 by 아름다움

당당한 풍채에 기름진 속살 여름 민어가 진짜 보신탕

  • 입력 : 2009.06.04 08:49

인절미처럼 부드럽고씹을수록 감칠맛
여름 산란기 앞두고6월부터 물올라

횟집 노들강 사장 강연순씨가 민어(民魚)를 힘겹게 들어 올렸다. 120㎝는 족히 넘어 보이는 길이, 과장하지 않고 생선이 초등학생만하다. "15㎏쯤 나갈 것 같네요. 낚시로 잡아요. 이 큰놈을 그물로 잡다간 그물 다 망가지죠." 민어를 도마에 놓고 부위별로 나누던 강씨가 소매를 잡아당기며 보란다.

"살 속에 하얗게 기름 낀 거 보이죠? 겨울엔 아무리 커도 이런 게 없다니까. 그래서 민어는 여름이 제철이란 거요."

(왼쪽부터) 민어회. 대개 몸통 살에 배받이살과 부레, 껍데기가 곁들여 나온다. / 15㎏짜리 대형 민어를 들고 있는‘노들강’사장 강연순씨.

서울 토박이들과 목포 등 호남 바닷가 출신들은 날이 더워지면 '올해는 언제 민어를 맛볼까' 군침 흘린다. 민어는 산란기인 여름(7~9월)을 앞두고 기름이 오르는 6월부터 제맛이 난다. 민어는 조선시대만 해도 여름 보양식으로는 최고로 쳤다. 삼계탕이나 보신탕은 평민들이 먹었다. 양반들은 민어탕을 먹어야 여름을 지냈다고 여겼다.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이 삼품(三品)'이란 말이 있었을 정도다.

양반들이 민어를 편애한 건 생선이지만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기 때문이다. 풍채도 당당하다. 몸길이가 70㎝부터 크게는 1m가 넘는다. 10㎏이 넘어야 제대로 맛이 난다는데, 30㎏ 가까이 나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살이 많아 전감이나 횟감으론 최고로 쳤다. 흰색에서 옅은 핑크빛을 띠는 민어 살을 회로 먹을 땐 인절미처럼 두툼하게 썰어 낸다. 처음에는 너무 두껍지 않나 걱정되기도 하지만 씹으면 진짜 인절미처럼 부드럽게 사르륵 풀리는 느낌. 씹을수록 투명한 감칠맛이 배 나온다. 기름소금이나 된장,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민어 배받이살. 서울 논현동‘노들강’에서는 배받이살의 껍데기 쪽에 칼집을 넣어 동그랗게 말리게 했다. / 조선영상미디어 허재성 기자 heophoto@chosun.com

민어는 크기 때문에 참치처럼 부위별로 다른 맛이 난다. 배받이는 기름지고 고소하며 쫄깃하다. 운동량이 많은 꼬리·지느러미 부근은 탄력이 강하고, 한가운데는 부드럽다. 민어 맛 아는 사람들은 부레와 껍질을 최고로 친다. 부레는 두부처럼 부드러운 부분과 질긴 부분이 붙어 있다. 부드러운 부분은 이탈리아 프로슈토 햄의 지방처럼 입에 넣으면 체온만으로도 살살 녹는다. 질긴 부분은 씹으면 젖은 한지를 뭉쳐 놓은 듯한데, 씹을수록 고소하다. 물론 이 질긴 부분이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있다. 껍질은 데쳐 먹으면 쫄깃쫄깃 씹는 맛이 별나다.

선어(鮮魚·죽은 생선을 냉장, 숙성한 것) 상태인 민어의 맛은 쫄깃하기보다는 다소 무른 편. 때문에 바로 잡아 회로 먹는 게 아니라면 탕이 더 낫다는 주장도 있다. 냄비에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어 끓이다 무를 넣고 무가 반쯤 익으면 살과 대가리, 뼈를 넣고 마늘과 소금으로 간한다. 버섯, 애호박, 두부, 파를 넣고 마지막에 쑥갓을 넣는 것이 전통적인 민어매운탕이다. 끓일수록 노란 기름이 우러나 둥둥 뜬다. 담백한 살이 결대로 부서진다. 국물이 압권이다. 뼈에서 깊은맛이 우러나 시원하면서도 깊다. 살이 많은 데다 가시가 적어서 탕을 끓이면 먹기 편하기까지 하다.

노들강 같은 민어 전문점이야 좋은 민어를 확보하고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 직접 요리해 먹으려면 조금 기다려야 할 듯하다. 수산시장에 민어가 아직 흔하지 않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중앙횟집' 박재란씨는 "민어 나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했다. "작은 민어가 조금씩 나오는데, 별로 맛 없어요. 점성어를 민어라고 속여 팔기도 하데요. 원래 정식 이름은 '홍민어'죠. 민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꼬리에 점이 있다고 해서 점성어라고 부르나 봐요. 중국 양식산이죠. 6월 중순쯤 되면 제 크기 갖춘 민어가 나올 거예요." 값도 만만찮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해 어디서나 민어가 꽤 잡혔다. 하지만 남획으로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박재란씨는 "요즘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민어는 소매가가 ㎏에 6만~8만원, 홍민어는 1만8000~2만원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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