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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by 아름다움

겨울바다
2010년 01월 21일 (목) 17:28:14이연실 기자 siri37@sjbnews.com
겨울 바다, 햇살에 물이 스미는 자리
  
 ▲ 추운 겨울바다를 보기 위해 부안 채석강에 놀러 나온 여행객들이 출렁이는 파도를 감상하고 있다./이상근 기자 
 



육지에서 보면 섬은 의젓하고 담대해 보이나, 뱃전에 서서 보면 섬 또한 출렁이는 물결이다. 섬은 움직인 바 없으나 그걸 바라보는 사람이,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출렁인다. 기쁨에 일어서고 슬픔에 가라앉으며 노여움으로 물결은 갈라진다.

적벽강 앞 사당도… 사람은 손맛 좋은 포인트를 찾아 이 섬에 찾아들고, 물고기들은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느라 이 섬에 모여든다. 저 물결 밑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물고기의 세계가, 그들의 역사가 흐른다. 우리가 바다를 구경하듯, 그들은 어안(魚眼)으로 뭍의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누구 눈이 더 밝고 맑은가, 묻는 것은 어리석은 일… 물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물고기는 눈을 깜빡이지 않으나, 우리는 울면서도 눈을 깜빡이고, 연신 하품하듯이 공기를 들이마셔야 한다.

 

 

수어지교(水魚之交)란 말에는 언젠가는 헤어지고 실망하게 되는 인연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설움이 담겨 있다는 생각…

 

 

 

 


 

  
 ▲ 다정한 한 쌍이 겨울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다./이상근 기자 
 

‘겨울’이라는 계절과 ‘바다’라는 어휘가 어울리면 매우 미묘한 뉘앙스가 형성된다. 바닷바람은 단호하게 매섭고, 사람들은 서로 몸을 감싸며 종종걸음친다. 파도가 용트림하며 포효를 내지르는 동안, 바위 그늘 고드름은 절대 녹지 않을 것 같은 절대 침묵으로 영롱하게 말을 한다. 맑아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독해야 하는가…

바다는 언제나 맨몸으로 뭍을 향해 달려든다. 땅 위의 것들은 모두 옷을 입고 있다. 섬과 초목 위에는 눈이 쌓이고, 사람들은 겹겹이 옷을 껴입고 있다. 우리가 겨울바다를 찾는 이유가 거기 있을 것이다. 한겨울에도 맨몸으로 당당하게 저 홀로 헤엄치는 바다… 날이 추우면 마음도 추운 사람들에게는 부러운 경지가 아닐 수 없다. 
 

수평선, 소실점(消失點) 그리고 그 너머의 꿈…

그 수평의 바다를 보고 있으면 인간의 현실과 꿈의 세계도 보다 극명하게 측정된다. 눈길이 가 닿는 영역, 그 한계선이 우리의 현실이고, 소실점 너머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또 다른 세계가 꿈의 영역이다.


망망한 수평(水平), 치우치는 법이 없이 절대적으로 고른 무오류가 우리 눈앞에 현실로 존재한다. 일출(日出), 평명(平明), 정오(正午), 일몰(日沒)이란 모두 저 수평의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의 일상은 저 바다가 해를 밀어 올리는 그 순간 시작되고, 수평선에 해가 잠기면 마무리된다.

  
 ▲ 바닷가에도 겨울은 있다. 바위 틈에서 길어나온 고드름 사이로 겨울 바다를 찾은 나그네들이 이채롭다./이상근 기자 
 


저 깊은 침묵의 소실점, 배를 타고 항진하면 더더욱 달아나는 꿈… 영원한 유예, 한 발 다가가면 그런다고 우리가 수평선 그 너머를 포기한 적도 없다. 인류의 역사는 수평선 그 너머를 향한 전진의 역사였다. 숱한 상처와 오류를 남겼지만, 인류는 해변에서 가까운 섬으로, 좀 더 먼 섬으로 그리고 마침내 미지의 신대륙을 향해 쉬지 않고 항행(航行)하였다.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하리, 겨울 바다를 보며 미래를 약속하는 연인들이나 아이의 손을 잡고 겨울 바다를 향해 연을 띄우는 부모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다.


해거름, 햇살 지는 자리마다 물이 스민다, 마치 햇살을 말갛게 헹궈주기라도 하는 양… 겨울 바다, 시린 바람 앞에 서면 이처럼 마음 정갈해지는 것.

/김병용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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