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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한·일 해저터널 현장을 가다] 부산·후쿠오카 이웃처럼 오간다 [조인스] by 아름다움

르포 - 한·일 해저터널 현장을 가다] 부산·후쿠오카 이웃처럼 오간다 [조인스]

 

2009.10.28 10:27 입력 / 2009.10.28 10:56 수정

150km ‘바다밑 육로’ 뚫기 준비 끝
자기부상열차 뜨면 40분 거리 … 한국 측의 ‘육로 개방 불안감’ 해결돼야


일본 사가현 가라쓰시에 있는 한·일 해저터널 조사사갱.

일본 후쿠오카(福岡)공항에서 남쪽으로 2시간 남짓 차를 달리면 도착하는 사가(佐賀)현. 이곳에는 한국인에게 쓰디 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 유적이 있다. 바로 가라쓰(唐津)시에 남아 있는 나고야(名護屋)성터다. 400여 년 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일본 전국을 통일한 후 조선과 명나라를 치기 위해 이곳을 군사 거점으로 삼아 병력을 길렀다.

각 지역의 영주들은 도요토미의 명에 따라 이곳에 모여 견고한 성을 축조했다. 그 결과 일어난 전쟁이 임진왜란이다. 성터 끄트머리 절벽 위에 서면 일본 서쪽의 바다, 한반도 남쪽의 바다가 멀리까지 보인다. 성곽이 높이 오르고 병사들의 고함소리가 끊이지 않던 시절 도요토미는 저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의 야망을 불태웠을 것이다.

지금은 허물어져 흔적만 겨우 찾을 수 있는 이 초라한 성터가 임진왜란의 출전 기지였다니. 한국인에게 이만큼 뼈아픈 장소가 또 있을까? 나고야성터 옆에는 나고야박물관이 있어 이곳에서 출토된 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한국과 일본의 불편한 역사를 깨우치는 이 장소를 양국 간 우호 증진의 장으로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땅끝 해남에서 인간문화재가 만들었다는 장승이 박물관 로비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반기고, 박물관 내 일·한교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이 나와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다.“전쟁과 침략의 과거를 돌아보며 일본인도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불행한 과거를 이겨내고 이웃인 두 나라 간 교류가 확대되기를 기원합니다.”

사가현 공무원인 남편과 결혼해 일본에 정착했다는 한국인 박물관 직원이 말했다. 나고야성터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해안 쪽으로 더 튀어나온 가라쓰 지역이 한눈에 보인다. 이곳은 오랫동안 논의되던 한·일 해저터널의 일본 쪽 출발 지점이다.

한·일 해저터널은 1980년대 초부터 거론됐으나 학계의 찬반 논쟁과 실현성에 대한 회의로 인해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공론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기업인이 적극적으로 해저터널 건설 필요성을 제고하고 나선 덕분이다.

지질조사 위해 570m까지 사갱 뚫어

1980년대 초 한·일 해저터널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하이웨이건설사업단은 1983년 가라쓰에서 지형조사를 실시하고 1986년 파일럿터널공사를 시작했다. 해저터널을 뚫기 위해서는 지질조사를 위해 해저 쪽으로 비스듬히 굴착해 들어가는 파일럿터널을 먼저 뚫어야 한다.

이것을 ‘조사사갱’이라고 부른다. 1989년까지 200m를 굴착하고 답보 상태였는데 2006년 3월 다시 2차 공사를 시작했다. 나고야성터에서 다시 남쪽으로 차로 30분 가량 내려가 한·일 해저터널 조사사갱 굴착 현장에 도착했다. 폭 5.4m에 높이 5m의 이 터널 입구 위에는 ‘한·일 터널 나고야 조사사갱’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입구 주변에는 지질조사를 위한 전문 장비와 굴착 작업을 위한 자재가 널려 있었다. 입구에 서서 경사진 터널 안쪽을 들여다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급경사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아래로 내려가 본다. 내부에는 작업용 레일과 급수관·배수관·조명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터널의 총 길이는 570m에 이른다. 끝까지 내려가려면 한참 걸어야 한다. 깊게 내려갈수록 점점 공기가 더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터널의 끝부분에 도달하니 기분이 묘하다. 머리를 들어도 터널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제야 이곳이 땅속으로 100m 넘게 내려온 지점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조사사갱은 지질조사 목적 외에도 본 터널을 뚫기 전 지하수를 미리 빼내기 위한 용도로도 필요하다”고 한일터널연구회 후지하시 겐지 상임이사가 설명했다.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기술적 고문을 맡은 그는 구마가야구미에 입사해 댐과 터널 건설 기술자로 20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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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일 해저터널이 생기면 주요 루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쓰시마섬.

1983년 한일터널연구회를 설립해 한·일 해저터널이 직면한 기술적 문제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을 터널로 잇는다는 것, 말은 쉽지만 150km가 넘는 구간을 해저로 연결하는 거대한 토목공사다. 통일교의 문선명 총재가 이 사업에 대한 구상을 발표한 후 지금까지 비영리단체와 재단·포럼 등을 통해 꾸준히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20년 동안 토목기술이 발전해왔고 한·일관계도 예전에 비해 개선됐기 때문에 양국의 여론이 형성된다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회의 관측이다. 조사사갱이 위치한 현장에서 연구회 관계자들이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브리핑했다. 한·일 해저터널은 일본 규슈 북부에서 이키·대마도를 거쳐 한국에 이르는 220km를 해저터널과 교량으로 잇는다.

최대수심부 230m까지 파고 들어가야 하는 난공사다. 연구회 측은 “수심 160m 이상 연약한 지반층에서 시공 경험은 세계적으로도 예가 없다”고 말했다. 건설된다면 영국와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의 4배 이상의 길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이 터널은 정말 실현 가능한가?

연구회 측은 “기술적 측면을 묻는 것이라면 가능하다”는 답을 들려줬다. 이들은 정치·사회적 분위기 등 터널공사 앞에 산적한 과제는 논외로 하고 공사를 시작할 때 언제든 다양한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기술적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터널을 지면 아래로 파고 들어갈 때 지질의 성분과 특성이 시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저지형과 수심도 마찬가지다. 일본 측은 수년간 실험선을 통해 일본 영해 해저 지질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가장 쉽게 굴착할 수 있으면서 가장 짧은 루트를 탐색해 최종적으로 3개 노선 안이 마련됐다. 거제에서 대마도 하도를 거쳐 가라쓰로 가는 1안, 거제에서 대마도 상도를 거쳐 가라쓰로 가는 2안, 부산에서 쓰시마를 거쳐 가는 3안이 있다.

1안은 가장 짧지만 바다 밑으로 가는 거리가 가장 길고, 2안은 1안과 비슷하며, 3안은 거리가 너무 길고 지진대를 지난다는 단점이 있다. 영국의 포크스턴과 프랑스의 칼레를 잇는 50km의 영·불 해저터널은 하나의 터널이 아닌 3개의 터널로 구성돼 있다. 철도 전용 터널 2개와 관리용 서비스 터널 1개다.

차량 수송 전용 열차인 르셔틀과 여객·화물용 고속열차인 유로스타 등 2종류의 열차가 운행된다. 한·일 해저터널은 철도와 도로를 함께 건설하는 방안과 철도만 운행하는 유로터널식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 국내에서 운행되는 고속철도나 아직 국내에 없는 자기부상열차가 들어설 수도 있다.

실제 터널 건설에 따라 예상되는 부산과 후쿠오카 간 이동시간 단축 효과는 놀랍다. 자동차로 3시간30분, KTX나 신칸센으로 1시간20분, 자기부상열차가 들어선다면 무려 40분으로 단축된다. 사실상 하루 안에 오갈 수 있는 하나의 지역권이 되는 것이다.

후쿠오카까지 1일생활권으로 묶는 바다 밑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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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해저터널 예상 노선도.
두 나라 간 거리가 좁아지면 어떤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해저터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평화통일재단은 “물류비용 감소에 따라 한국기업이 일본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광산업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터널이 연결되는 부산지역의 성장잠재력도 극대화하는 등 입지 지역이 각광받을 것으로 재단 측은 기대한다.

한국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두고 “대륙으로 나갈 수 있게 길을 터줘 결과적으로 일본에만 좋은 일 아니냐”는 반대 여론도 있다. 터널이 생기면 아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횡단철도의 종점이 일본이 되기 때문. 평화통일재단은 “터널이 만들어 낼 변화를 너무 작게 보는 것”이라며 이를 부인한다.

고부안 평화통일재단 포럼사무처장은 “단순히 물류 증진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터널을 통해 오가는 사람이 늘어나면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도 늘어날 것이다. 어느 한 부분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분야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측은 “영·불 해저터널도 종점인 영국보다 프랑스가 더 혜택을 받고 있다”며 “결국 대륙의 주요 도시들과 얼마나 효율적 교통 네트워크를 구축하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일본 후쿠오카 측은 수년간 실험선을 통해 일본 영해 해저 지질조사를 벌였다. 하카다(博多)항에서 대마도로 가는 쾌속선에 올라탔다.

현해탄을 지나는 이 배는 출항 1시간 후 이키섬에 잠시 닿아 승객을 내리고 다시 1시간여를 달려 대마도에 도착했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던 후쿠오카의 하늘을 뒤로 하고 겨우 2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대마도 이즈하라(嚴原)항의 날씨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화창하다.

일본 본토와 거리감이 날씨의 차이에서 느껴진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1시간20분만 가면 대마도 히타카쓰(比田勝)항에 닿는다니 이곳은 진정 일본보다 한국과 가까운 땅인 셈이다. 한·일 해저터널의 경로이기도 한 이 바닷길은 17세기 통신사가 일본에 파견될 때 지나온 길과도 일치한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과 국교가 단절됐던 일본은 1606년 일본국 왕사의 조선 파견을 계기로 이듬해 조선의 외교사절인 통신사를 초청해 국교를 회복했다. 전쟁의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교류의 장을 열었던 조선통신사는 한·일 해저터널을 추진하는 일본 측에 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평화통일재단의 한 일본인 관계자의 말이다. “해저터널이 시작되는 지점이 임진왜란을 준비하던 나고야성터가 있는 가라쓰이기 때문에 자칫 한국인에게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걱정된다. 두 번이나 일본에 의해 전쟁의 상흔을 입었기 때문에 해저터널이라는 새 길을 열어주기를 두려워할 것 같다.”

이즈하라항에서 북쪽으로 차로 1시간 넘게 달려 대마도 중간 지점으로 향했다. 급커브 경사길을 반복해 오르다 보면 에보시다케(鳥帽子岳) 전망대로 가는 계단길이 나타난다. 이곳은 대마도 아소(淺茅)만의 전망을 360도 바라볼 수 있다. 인근 해역에 동동 떠 있는 푸른 섬과 리아스식 해안인 아소만의 유려한 절경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창출할 것”

해저터널의 주요 루트 중 하나로 꼽히는 대마도. 후쿠오카와 부산 가운데 놓인 이 섬이 중간 포인트라면 터널의 규모를 어렵사리 짐작해볼 수 있다. 가히 천문학적 숫자의 돈이 투입되며 양국에서도 유례 없던 대규모 토목공사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투입되는 비용만 대충 추산해도 60조~70조원이다.

건설비에 운행비와 시간절감 등 편익을 계산한 비용편익분석 결과 3가지 노선 중 어느 것도 0.6을 넘지 못해 사업 추진이 비합리적이라는 수치상의 결과가 나왔다. 비용이 100원이라면 수익은 60원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추진을 찬성하는 이들은 “국가 간 사회간접자본사업을 경제성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동아시아 통합에 대한 상징성을 가지고 한·일 교류 확대의 물꼬를 트는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터널 건설로 인해 한국이 동북아경제권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관측도 이런 의견에 무게를 싣는다.

2008년부터 한국과 일본 정·재계 거물들이 한·일 해저터널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나 아직 양국 국민의 이목은 끌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슈’로 남아 있다. 여론이 조성되기는커녕 이 사업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이도 드물다. 국민의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경제성과 파급효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검토가 이뤄져야 한·일 해저터널 프로젝트의 첫 삽을 뜰 날이 가까워질 것이다.

기술적 문제는 거의 극복 … 한국의 국민감정 뚫는 게 난제
인터뷰 - 후지하시 겐지 한일터널연구회 상임이사

-한·일 해저터널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나는 기업에서 일하며 세이칸터널 등 공사 현장에서 감독을 맡은 토목기술자다. 처음 이 사업이 제안됐을 당시에는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해 보면 대충 가능하다’ 정도의 답변밖에 줄 수 없었지만 이제는 기술적 과제는 거의 극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터널 건설을 위해서는 한국의 국민 감정이 가장 큰 선결과제라고 본다. 이웃 간 감정이 나쁘기는 영국과 프랑스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두 나라는 또 다르다. 일본이 한국을 지배한 역사가 그만큼 큰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터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양국 간에 진정한 우정을 쌓아 나가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터널 굴착 과정도 위험하지 않은가?

“단층에 굴착 시공을 하다 보면 바닷물이 갱 안으로 유입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애써 판 터널이 모두 헛수고가 되는 경우도 생긴다. 현재 연구회가 조사한 지역에는 활단층으로 보이는 것은 없지만 조금 더 자세한 관찰이 필요한 해저지형도 분명 존재한다.”

-가라쓰와 대마도 모두 도시와 떨어진 외곽지역이다. 노선의 위치가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저터널이 양국의 도시권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라쓰는 규슈의 정치·경제 중심지인 후쿠오카와 가깝다. 후쿠오카권과 부산을 잇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건설비와 공사기간은 어느 정도로 추산하나?

“건설비는 노선의 자연조건과 해당 지역의 협력, 터널 구조체의 규모와 사용 목적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우리 연구회는 10조엔 내외로 예상한다. 공사기간은 최근의 터널 건설 기술을 감안하면 10년 내외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7년 만에 마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기술자도 있다.”



글 박미소 월간중앙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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