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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계의 신인류 ‘노공족’ by 아름다움

 

고시계의 신인류 ‘노공족’


법원직 9급 공무원을 준비 중인 ‘노공족’ 주부 박정선(41, 왼쪽) 씨가 29일 저녁 9시 서울 성동구 금호동 자택 거실에서 중학교 2학년인 딸과 함께 ‘공부삼매경’에 빠져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 방학이라 딸의 도시락을 싸지 않아 덜 힘겹다. 노량진 학원으로 가는 지하철은 첫 차인지 사람이 거의 없다. 아침 7시 첫 수업시간은 400명이 듣는 영어시간. 옆 자리 젊은이들을 보면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29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 자택에서 만난 주부 박정선(41) 씨는 거실에서 TV가 아니라 두꺼운 '9급 공무원' 교재와 씨름 중이었다. 박 씨는 내년 3월 9급 법원직 공무원을 목표로 올 초 공부를 시작했다. 다시 펜을 잡은 것은 15년 만. 박 씨는 "공무원 학원에 가보니 40대가 많고 50대도 있어 놀랐다. 무언가 새롭게 도전하는 것 자체가 삶의 원동력이 돼 더 건강해졌다"며 웃었다. .

●중년의 마지막 희망? 공시에 몰리는 40~50대. '老公族' 24시

올해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 연령제한(만18~32세)이 폐지되면서 40, 50대 중년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고 있다. 28, 29일 기자가 찾은 오후 노량진, 신림동 학원, 고시원 등에는 수업을 마치고 학원을 나서는 중년 남성이나 주부가 종종 눈에 띄였다. 안국동 정독도서관 열람실에도 아저씨, 아줌마 9급 공무원 준비생들이 보였다.

이들은 자신보다 10살 넘게 어린 20~30대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에게 '어르신' 혹은 '노공족(老公族)'이라고 불린다. '노공족'이란 노인+공시족(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합친 고시계 신조어다.

올해 치러진 행정안전부의 국가직 공무원 시험 지원자 14만 879명(9급, 4월), 4만 7947명(7급, 7월) 중 40대 이상 지원자는 각각 2538명(1.8%), 1452명(3%)이었다. 5월, 7월 치러진 서울시 7,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2010년 정년을 맞는 57세 수험생(52년생)가 4명이나 응시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연령제한이 폐지된 첫해 치고는 40대 이상 지원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학원 관계자들은 노공족을 '블루오션족'이라고 부른다. 노량진, 신림동 등 공무원학원에는 이들을 위한 특별반이 생겼다.

●패자부활형, 생계형, 자아발전형 등 목적마다 달라

고시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공족도 목적에 따라 △명퇴 후 재기형 △자아실현 형 △패자부활 형 등으로 나뉜다.

경남 합천에 사는 47세 이수길 씨는 23년간 경남 합천 지역 KT에서 근무하다 2000년 초반 명퇴한 후 3년 계약을 조건으로 한 회사에 정착했지만 계약종료가 코 앞 인데다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에 불안감을 느껴 올 초 공부를 시작했다. 이 씨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3시간 공부한 후 출근하고 퇴근 후 7시부터 자정까지 공부한 결과 5월 치러진 경남도청 9급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9급 행정직에 도전 중인 주부 오미영 씨(42·가명)는 자택인 경기도 일산 대화동에서 남편이 운영하는 강남 지역 음식점으로 가는 지하철 왕복 2시간 동안 MP3를 이용해 공무원 강의를 듣는다. 오 씨는 "아이를 키우랴 정신없이 살던 차에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김경수 씨(43)는 1997년 나이 제한으로 공무원의 꿈을 포기 한 후 7월 초 9급 공무원에 다시 도전하게 됐다. 대부분 노공족들은 젊은 수험생과의 경쟁을 부담스러워했다. 학원에서 가명을 쓰거나 나이를 속이는 경우도 많았다.

노공족들이 20대, 30대 초반 수험생들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한림법학원 양정걸 부원장은 "젊은이들보다 암기력, 체력 등이 떨어지지만, 이해력이 뛰어나고 '막다른 길,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젊은이들보다 절실하다"며 "공무원 시험은 머리보다는 엉덩이 무거운 사람을 이기는 만큼 노공족의 공무원 입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청 9급 지방공무원 필기시험에 붙은 55살 하석진 씨는 "'할 수 있다'는 의지 만 있으면 된다"며 "새로운 도전은 나이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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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30 16:3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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